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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공식처럼 글쓰기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성공한 대선배가 작업실에 초대해 그동안 얻은 깨달음을 열띠게 말해주는 책이다.

 초반부는 자서전 파트로 시작한다. 이 부분은 조금 지루했다. 중간부부터 본격적으로 문장 노하우와 창작 경험을 들려준다. 책 끝자락에선 인생론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초반부 자서전 파트를 정직하게 읽고 나니 감동으로 이어졌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었던 몇 가지를 적어본다. 첫째로 부사를 최소화 하라는 충고다. 예를 들면. 

 

  손님이 계산하지 않고 나가버렸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그에게 외쳤다.

 "계산하고 나가셔야 해요!" (얼마나 다급했는 지) 목소리가 약간 갈라졌다.

 

여기서 괄호 친 부분들이 스티븐이 제발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는 부사들이다. 독자들이 상상할 틈을 주지 않고 문장도 복잡해 진다는 이유다. 영화로 생각하면 배우들이 표정으로 말해야 할 부분에 쓸 때 없이 나레이션을 넣거나, 어색하게 대사를 덧붙이는 상황이다. 독자들도 대충 알아들으니 과도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꼭 단어가 아니어도 문장 전체가 부사로 쓰일 때도 있다. 이 때도 과감하게 삭제해달라고 요청한다. 예를 들어보면.

 

 어두컴컴한 방 문을 열자 죄수들이 벽쪽에 누워 있다. 선배가 취재를 위해 먼저 방을 들어가고 나도 따라 들어간다. (나는 순간 이런 방에 들어가도 되나 생각하며 속으로 겁을 먹는다.)

 

여기서 괄호친 문장은 전체를 삭제해도 좋다. 

 

둘째는 인물 묘사를 적당히 해야 한다. 인물보단 분위기 묘사가 중요하다. 부사를 삭제하라는 첫 번째 말과 같은 결이다. 인물을 묘사할 때 '날카로운 눈',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 '180센티는 넘어보이는 키'처럼 과도한 묘사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해친다는 이유다. 스티븐에 따르면 묘사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독자의 상상력으로 끝나야 한다.

 

셋째는 소설의 중심은 스토리다. 반대로 말하면 상징과 주제를 과도하게 의식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작가마다 스타일은 다르겠지만 스티븐 생각은 그렇다. 조연 캐릭터에 대한 부연 설명이 너무 길어진다든가, 뻔한 교훈에 목매지 말라는 의도 인듯 하다. 추가로 소설을 시작할 때도 주제 의식으로 시작하기보단 스토리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론과 주제는 뒤에 결정하여도 된다. 

 

넷째. 초고는 문을 닫고 써라. 누구에게 보여주지 말고 자기 상상력으로 끝까지 써내려 가라. 뻔뻔하게 쓰고 마무리를 지어라. 긴박감과 감동을 지닌 채로 쭉 가야 한다. 초고를 쓰는 중간에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듣는다면 감동이 반감될 수도 있다. 

초고를 다 쓰면 6주 정도가 지나서 다시 수정 작업에 돌입하라. 그리고 더이상 고칠 부분이 없다고 생각될 때 다른 이들에게 의견을 들어도 좋다. 

 

다섯째. 요즘 드라마나 영화처럼 진행속도가 너무 빠르진 않은 지 점검하자. 속도가 빠르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작품에 맞는 진행 속도가 있다. 글을 쓰면서 내 글을 읽을 독자들을 생각하자. 너무 지루하다, 정신이 없다, 이해가 안된다처럼 가상 독자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자. 

 

여섯째. 독자들 시선을 끌기 위해 하이라이트부터 시작하는 방법은 선호하지 않는다. 작가는 과거를 설명해야 하고, 독자는 오직 그 뒷이야기가 무엇인지에 집중되어 있다. 스티븐은 독자와 처음부터 호흡을 맞춰나가는 방법을 추구한다. 

 

마지막. 무슨 일이든 시작하는 순간이 가장 두렵다. 그 순간만 지나가면 모든 것이 차츰 나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