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리뷰]1984, 조지 오웰

 당연하게 생각하던 세상에 찬물을 끼얹는 책. 권력층을 방관하면 어떻게 되는 지 경고하는 책. 우리는 사회주의 국가가가 아닌 지본주의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안심하지만 조지 오웰 이야기를 들으면 모두다 똑같다. 권력을 유지하려는 본성과 반대로 안전하게 지배받고 싶어하는 본능이 동시에 존재하기에 어딜가나 같은 양상을 띤다. 적나라하게 현실을 보여주고 그대로 책을 덮는다. 예술들이 그렇듯 당연한 현실을 망치로 깨버리고 독자들에게 더 나은 세상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생각하게 한다.  

 오웰의 다른 책인 동물농장에서도 느꼈지만 상상력이 신선하다. 지금와서 본다면 누구나 한번 쯤 봐 본 배경설정이겠지만 그 옛 시절에 이런 상상력은 아무나 흉내내지 못한다. 이런 면에서 1984가 대단하게 느껴진 점은 지금 만들어진 디스토피아 소설과 비교해도 신선도에서 전혀 뒤쳐진다는 않는다. 그래도 고전은 고전인지라 호흡이 참 느리다는 아쉬움이 있다. 

 약 430페이지 책을 3부로 나누었는데, '1부 배경설정', '2부 위험한 여행', '3부 가혹한 현실' 정도로 구분할 수 있겠다. 더 간단히 말하면 서론 본론 결론이다. 100페이지 넘게 배경설명, 200페이지 정도 일탈행위, 100페이지 정도 클라이막스다. 클라이막스까지 달려가기까지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 그래도 클라이막스 도입부에서는 오랜만에 책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와! C!  큰일났다!' 속으로 약간 호들갑도 떨었다. 요즘처럼 책이나 영화가 기술화 된 시대에는 중간에 지루할 틈을 안 주려고 다양한 기법을 쓴다. 그래서 밸런스를 못 맞춘 작품들은 재미는 있지만 짠한 여운을 남기지 못한다. 그런면에서 고전은 지루하지만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다. 1948도 지루하지만 짠함을 남겨주는 책이다.

 조금 의아했던 점이 있는데, 글을 쓰는 방법이다. 일전에 스티븐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책에서 사족을 많이 달지 말고, 과도한 행동묘사로 독자들의 상상할 자유를 빼았지 말라는 조언이었다. 그런데 조지 오웰은 반대로 행동묘사가 굉장히 많다. 가끔은 꼭 필요한 행동묘사인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작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 걸까. 본인이 통찰한 사회를 우리에게 간절히 이야기 하는듯하다. 현실과 무관한 소설 같지만 현실과도 너무나 닳은 소설. 다가오지 않을 미래 같지만 이미 가까이 와 있는 미래. 한낱 평범한 사람인 내가 1984를 읽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불편하기도 하다. 현실을 바로 잡으려면 나도 주인공처럼 고난을 겪게 될까. 그렇다고 민중들이 일어나 잘못된 일을 바로 잡을 수 있을까. 작가는 책에서 이런 아쉬움을 조롱섞인 문장으로 이야기 한다. 지배받는 계층들이 뭉치면 훨씬 강하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고, 그리고 권력을 원하는 가짜 영웅들에게 항상 이용만 당하고,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말한다. 반박하고 싶지만 사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