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채식주의자 - 한강

수리수리심술 2024. 12. 19. 01:42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방송에서 보이는 차분한 태도와 작은 목소리처럼 그녀의 소설도 비슷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조금은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쓸 때 없는 걱정이었던 것. 빠른 전개와 파격적인 소재가 펼쳐졌고 다음 스토리는 어떻게 이어질까 침을 깊게 삼키며 집중했다.

 

총 세 장으로 이뤄진 이야기. 한강 작가가 운전하는 버스를 타고 '채식주의자'라는 첫 도로로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묘하게 잘못된 듯한 현실을 보여주는 첫 장. 문제가 된 인물은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궁금증과 호기심에 중도 하차할 수가 없었다. 아침 드라마처럼 야단법석한 장면과 미스터리한 공포 영화같은 장면들이 차례대로 보여진 뒤 마지막 종점에서는 다소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 나니 첫 번째 장이 막을 내리고 있었다.

 

두 번째 장의 제목은 '몽고반점'이다. 문제가 된 인물의 형부 시점으로 이어진다. 첫 번째 장보다 더욱 골때린 그리고 강력하게 변태적인이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이어졌다. 덕분에 책장을 넘기며 티비 앞에 앉은 아줌마처럼 '어머어머!', '세상에!', '미쳤구만'하는 추임새를 속으로 외쳤다. 야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죄책감이 드는 주인공의 행동들. 이러한 행동들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언제 도착했는 지도 모를 종점에서는 역시나 못 볼 꼴을 보고 만다.

 

첫 장과 두 번째 장이 흐린날의 오전과 오후라면 마지막 장은 어두컴컴한 저녁과 같다. 셋 째장의 시점은 앞 장의 사태를 보두 지켜본 문제 인물의 언니 시점이다. 앞장의 스펙타클했던 문체도 차분해지며 분위기는 고요하고 쓸쓸하다. 동생이 무엇이 문제였는지,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인지 되돌아 보며 지금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앞 장들과 달리 잔잔하면서도 그리고 약간 기괴하면서도 쓸쓸하다가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책 한권에 다양한 장르가 모여있어 재밌다고 생각됐다. 소설의 깊은 메시지와 뜻은 짐작가지 않으면서도 표현할 수 없는 울림이 가슴에 남았다. 한동안 울림은 가시지 않았고 가슴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해석을 찾아보고 나서야 편안하게 감동을 즐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