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수리수리심술 2023. 5. 13. 23:17

 집에 있으면 유독 티비를 오랫동안 본다. 직장을 다녀와 심신을 달래려고 멍하니 쳐다볼 수도 있지만 주말 아침에도 여전히 티비를 포기할 수 없다. 왜 그럴까?

 마당이 있는 집은 그걸 지켜볼 수 있는 툇마루가 있다.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내일은 강풍이 불어 집 앞에 감나무가 심하게 흔들린다. 태풍이 지나고 나니 담벼락을 넘은 고양이가 우리집 마당 앞에서 일광욕을 한다. 겨울에 눈 내리는 날이 오면 아이들하고 눈 싸움 하면서 놀아야 겠다. 

 마당이 있는 주택에 살면 이렇게 이벤트가 많이 생긴다. 반대로 아파트 안에서 생활하는 우리를 생각해 본다. 365일 늘 같은 정적인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이벤트가 없는 공간에서 유일하게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은 티비 말곤 찾아보기 힘들다. 

 

 건축을 인문학점 관점에서 설명한 책이다. 위에 쓴 내용처럼 우리 삶과 밀접한 내용도 건축적으로 풍부하게 풀어낸다. 

사람보다 자동차가 더 많은 거리가 만들어진 이유은 무엇일까. 반대로 사람이 붐비고 활력을 띠는 거리가 만들어진 곳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조상들은 왜 배산임수를 고집했을까. 서양과 동양은 왜 건축 양식 차이가 생겼을까. 냉장고가 발명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부동산 업자가 읽는다면 어떤 거리가 핫플이 될 지 예측하는 데 참고할 수 있고, 나처럼 건축 일을 하는 사람은 동, 서양 건축에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과 건축 일을 떠나 모든 사람들에게 도시, 동네, 골목, 아파트, 안방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이해와 교양을 높여준다.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가 이 책을 읽는다면 우리 도시는 어떻게 변할지 상상하게 만드는 책이다. 작가 말하는 좋은 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모두가 공감한다면 콘크리트가 빼앗아간 도시를 사람들이 되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책으로 얻은 교양과 상식을 여기에 정리하고 싶지만 읽으려는 사람들 재미를 반감하고 싶지 않다. 길 가는 사람 하나 붙잡고 "동양은 왜 나무로 건축하기 시작했는지 알려드릴까요?"라고 책 내용을 설명하고 싶을 만큼 재밌고, 유익한 정보가 많아 입을 근질근질하게 만드는 내용이 많다.